개인 투자자로서 한 주를 정리해 본 메모입니다.
금요일 밤, 유가가 다시 시장을 눌렀습니다
시장은 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지만, 결국 돌아오는 곳은 AI 자금, 유가, 금리라는 오래된 숙제입니다
지난 금요일 미국 증시는 전날의 AI 충격이 한 박자 쉬어가는 사이 유가가 다시 시장을 눌렀던 하루였습니다. 다우지수는 1% 넘게 내렸고, S&P500과 나스닥도 내림세로 마감했습니다. 나스닥 낙폭만 보면 잠잠해 보이지만, 전날 크게 급락한 뒤라 반등조차 하지 못하고 마무리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특히 하락이 기술주를 넘어 다른 업종으로 번졌습니다. 필수소비재, 유틸리티, 헬스케어 같은 방어 업종까지 약세였고, 주간 기준으로도 S&P500과 나스닥은 2주 연속 내렸습니다. 다우만 소폭 오른 채 한 주를 마쳤습니다.
불씨는 유가였습니다. WTI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브렌트유는 6개월 만의 최고 수준까지 올라 몇 주째 오름세를 이어갔습니다. 홍해 인근 공격으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진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 연속 중간선거 이후 이란과의 갈등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전쟁이 1년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는 보도도 부담이었습니다. 항공주가 일제히 내린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문제는 유가가 물가를 거쳐 금리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금리는 숨 고르기 중입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전날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금요일 다시 올라 5% 문턱에 다가섰습니다. 다음 주 FOMC를 앞두고 시장은 동결을 예상하고 있고, 금리 인상 가능성도 한 달 전보다 크게 낮아졌습니다. 인상 우려가 가라앉은 것은 다행이지만, 유가가 지금 수준을 유지한다면 이 안도감이 오래갈지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AI 쪽 고민은 여전히 '돈 문제'입니다. 메타는 3분기 매출이 예상을 웃돌았는데도 목요일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설비투자 규모를 더 크게 잡고, 의결권 없는 신주까지 발행해 AI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이 부담이었습니다. 금요일에는 안정을 찾았지만 코어위브 같은 네오클라우드 주식은 조달 비용 상승과 투자 둔화 우려에 계속 눌렸습니다. AI를 뺀 S&P500은 이번 달 꽤 올랐는데 전체는 오히려 소폭 내렸다는 집계도 나왔습니다. AI 수요가 꺾였다기보다, 그 비용을 누가 어떻게 감당하느냐를 시장이 따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눈에 띈 곳은 있었습니다. 스페이스X는 실적이 예상을 웃돌고 미국 내 통신 기지국 접근을 협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며 올랐고, 통신 3사는 장 전 거래에서 약세를 보였습니다. 사이버보안주는 보안 예산 전망이 좋아졌다는 조사에 힘입어 팔로알토와 클라우드플레어가 크게 올랐습니다. 반면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매출이 시장 예상에 못 미치고 인력 감축 계획까지 밝히며 내렸습니다. 테슬라는 설비투자 계획을 줄이는 예상 밖의 결정을 내놓은 가운데 소폭 하락했습니다.
국내 투자자가 챙길 소식도 있었습니다. SK하이닉스가 플래시 메모리 자회사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계획을 보류했습니다. 시장 상황과 주가 흐름을 이유로 들었고, 업계에서는 조달 규모가 매우 큰 대형 상장으로 추정해 왔습니다. 7월에 공모한 SK하이닉스 미국 상장 주식은 금요일 올랐지만 여전히 공모가 아래이고, 9월 고점보다는 많이 낮은 수준입니다. 미국 시장이 반도체와 AI 관련 대형 거래를 얼마나 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신중함이 읽힙니다.
정리하면 지난 금요일은 AI 자금 부담, 고유가, 5% 안팎의 금리라는 세 가지가 한꺼번에 시장을 누른 날이었습니다. 다음 주는 세 가지 조건에 따라 흐름이 갈릴 수 있습니다. 첫째, FOMC가 동결 속에서 유가발 물가 우려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입니다. 둘째, 유가가 100달러대를 유지하는지, 중동 긴장이 누그러지는지입니다. 셋째, AI 기업들의 자금 조달 소식이 추가로 나오는지입니다. 유가가 안정되고 연준의 어조가 누그러진다면 기술주의 부담이 일부 덜어질 여지가 있지만, 유가가 더 오르고 금리가 5%를 넘어선다면 지난주의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습니다.
바깥은 벌써 겨울이 오는 듯합니다. 악재가 많은 요즘이지만, 따뜻한 커피 한잔 하며 이 추위를 함께 잘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행복하세요!